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화왕산의 억새

김영천
2024-10-05



< 화왕산의 억새 >


 


김 영 천(金永千)


대보름날,

억새들은 불이 되어

하늘로 올랐고

까마귀들이

산 정상에서

검은 구름을 물고 내려왔다.

 

산으로 산으로

굶주리며

밀려 올라가던 사람들은

엉킨 길 위에서

주저앉아 돌이 되었다.

 

바람이 날려 보낸

부고(訃告)가

달에게 전해졌다.

 

정월 대보름달이

붉은 눈물을 흘린다.

쭉정이 뿐인

벼이삭이 젖었다.




* 화왕산(火旺山) - 경남 창녕. 

                                정상부 둘레는 화왕산성(사적64호). 

                                성내에 억새로 이루어진 약 5만 6천여 평의 초원과 의병전승비.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에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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