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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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왕산의 억새 >
김 영 천(金永千)
대보름날,
억새들은 불이 되어
하늘로 올랐고
까마귀들이
산 정상에서
검은 구름을 물고 내려왔다.
산으로 산으로
굶주리며
밀려 올라가던 사람들은
엉킨 길 위에서
주저앉아 돌이 되었다.
바람이 날려 보낸
부고(訃告)가
달에게 전해졌다.
정월 대보름달이
붉은 눈물을 흘린다.
쭉정이 뿐인
벼이삭이 젖었다.
* 화왕산(火旺山) - 경남 창녕.
정상부 둘레는 화왕산성(사적64호).
성내에 억새로 이루어진 약 5만 6천여 평의 초원과 의병전승비.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에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