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용왕의 어찰(御札)

김영천
2024-10-05



< 용왕의 어찰(御札) >


 


김 영 천(金永千)


바다의 원로를

예우해 준 인류에게

짐은

융숭한 뜻을 전하려 하오.

 

나고 자란

바다에서

그는 늘 평온했소.

다시 명예롭게 살도록 배려한

육지의 인류를

널리 치하하는 바이오.

 

다만,

인류는

지구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어질러 왔소.

놀부의 심술보가

우물가에서

천둥 벼락 맞고

가로로 세로로 날뛰는 형국이오.

 

단지

육지와 이웃인 죄로

바다는

눈 감고 입 다문지 여러 해요.

그나마

늦게라도 철든 듯하니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소.

 

인류는

지구의 일원임을

밤낮 구별 말고 

가슴 한복판에 새기시오.

오늘처럼

사려 깊게 

부디 선한 이웃이 되어 주오.

 

일백 사십 살 바다가재,

크기와 나이에 놀란

식당 주인이

동해 바다로 되돌려 보냄.


오늘 새벽

육지 연방 대변인은

바다 제국행 비상 급보를 쳤다.

 

태평양 용궁부 긴급 발신. 

방금 

정중하되 칼칼한 

용왕의 친필 어찰이

인류에게로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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