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즘ㆍ학술논문
시민 사회의 도래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정당론으로 해석할 경우 무리가 따른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여러 형태의 중심이 형성됨으로써 노동 계급과 전위당의 통제에 의한 중앙 집권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이미 사회의 각 부분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대두되어 정책 집행 시 어느 일방의 독주는 불가능하다. 물론 국가 방위, 기간 산업 육성, 금융 인프라 시스템 정비, 사회간접시설 확충, 생태계 보전, 환경 기후 대책 등 대규모의 정책 입안과 집행 및 사후 관리는 여전히 중앙정치 권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갖가지 중심의 출현은 아나키즘의 분권 자치라는 논리에 점차 다가서는 것이다.
계급 사회에서 지배 계급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보의 독점이다. 그런데 이제 초고속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중에 의한 정보의 생산과 상호 유통이 가능해졌다. 정보의 왜곡이라는 역기능도 존재하지만 수평적인 인간관계, 지방 분권, 국가와 지역을 뛰어 넘는 상호 부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 공유, 대안 학교 설립, 환경 친화를 꾀하는 생태 공통체 형성, 신용과 상호 부조에 의한 지역 화폐운동, 온라인 정당 정치 등은 아나키즘의 실천 사례이다. 아나키즘에서 주장하는 자율 연대와 공동체 우애의 형성이 지난 세기보다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물질 문명의 발달에 따른 인간 소외 현상을 아나키스트들은 우애와 자율 연대로써 극복하고자 한다.
농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쁘띠 브르조아지를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에서는 소멸하는 계급이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나키스트는 생산 및 소비의 주체로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속성을 함께 지닌 쁘띠 브르조아지를 주목하며, 자본 해방과 노동 해방의 가능성을 이 계급에서 확인한다. 계급 해방은 노동자 계급 독재에 의한 타 계급의 소멸이 아니라, 각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과 사회 구조의 작동이다.
아나키스트는 국가를 브르조아지의 집행 기구라고 인식하는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의 오류를 지적한다. 국가의 계급성을 인정하면서 상대적인 자율성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국가와 정부는 독점 권력체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각 계급의 갈등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조정한다. 아나키스트는 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하며 국가와 정부, 정치 권력의 역할에 대하여 숙고한다. .
아나키즘의 미래는 있는가?
인간의 '선 의지'와 '진보'를 낙관하는 아나키스트의 대답은, “단연코 있다. 또한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가 강제 권력이 모든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하여 자율 의사기구로 변화될 때까지, 아나키스트는 부단하게 노력할 것이다. 의식의 자각에 의한 상호 연대 아나키즘 세상, 이것이 아나키스트가 그리는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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