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귀신고래를 찾습니다

김영천
2023-04-21



< 귀신고래를 찾습니다 > 




김 영 천(金永千)


경포대 앞에서

커다란 고래는 

바다와 함께 늘 춤을 추었다.


어느 날, 

물 이끼 내려앉은 암초에 부딪혔다.

피 흘리는 고래의 꼬리가 

바다 속으로 부서져 내리자

갈매기도 끼륵대며 날아올랐다.

 

피 냄새 움켜쥔 사람들이

숨 몰아쉬는 고래를 배에 옮겨 실었다.

암초 끝에는 송곳보다 날카로운

작살이 숨어 있었다.

 

시장에서 고래 고기를 팔았고,

작살 꽂힌 고래 지느러미에 

진홍빛 꽃 한 줌이 뿌려졌다.

세 살 적인가,

사내아이는 고래를 좋아했지만

칭얼댈 때면 고래 고기가 쥐어지곤 했다.

 

고래가 사라진 바다는 뒤뚱거렸고

작은 바람에도 출렁댔다.

작살 가득한 바다는 흉흉했다.

 

아이가 마흔이 넘은

먼 훗날,

세상 사람들은

바닷가에 방을 붙였다.

동해 바다의 주인을 찾습니다.

춤 추던 고래는 어디 있나요.


바다의 이름표에는

귀신고래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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