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대설(大雪), 십이월의 민들레

김영천
2023-04-21



< 대설(大雪), 십이월의 민들레 > 


 

                                 

김 영 천(金永千)


늘 황망한

주차장 차바퀴 피해

용케도 계절 몇 개를 견뎌냈구나.


겨울밤은

고추냉이보다 맵고

수은등 불빛 얼어붙었는데,

싸락눈이 다락다락

대못질로 네 얼굴을 때리는구나.

 

팽팽했던 한 해가

남김없이 조각나도록,

이른 봄날 약속했던

노랑꽃은

끝내 피우지 못했구나.

그래도 야윈 몸으로

시퍼렇게 시퍼렇게

여태까지 버텨냈구나.

 

노랑꽃 대신

진한 초록 잎새.

남들 이미 꽃 피우고

오래전에 몸뚱이 바스러졌지만,

형형한 네 모습 여전하구나.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

눈발 거세지면,

숨 쉬는 것들 죄다 스러지고

노랑도 초록도 모두 문드러질게다.

 

이윽고

눈보라마저 사그라들 때

노랑은 노랑대로

초록은 초록대로,

이생 아니면 다음 생

하늘 모서리 한 귀퉁이에서

다시 울며 웃으며 가뭇거릴게다.

 

무겁게 번지는

도화지 위의 겨울밤,

수많은 노랑 중에

초록이 있어 환한

별스런 수채화구나.

손등 위로

아릿하게 묻어나는

사랑방 창호지

측백잎 풀 바른 격자무늬 나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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