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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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설(大雪), 십이월의 민들레 >
김 영 천(金永千)
늘 황망한
주차장 차바퀴 피해
용케도 계절 몇 개를 견뎌냈구나.
겨울밤은
고추냉이보다 맵고
수은등 불빛 얼어붙었는데,
싸락눈이 다락다락
대못질로 네 얼굴을 때리는구나.
팽팽했던 한 해가
남김없이 조각나도록,
이른 봄날 약속했던
노랑꽃은
끝내 피우지 못했구나.
그래도 야윈 몸으로
시퍼렇게 시퍼렇게
여태까지 버텨냈구나.
노랑꽃 대신
진한 초록 잎새.
남들 이미 꽃 피우고
오래전에 몸뚱이 바스러졌지만,
형형한 네 모습 여전하구나.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
눈발 거세지면,
숨 쉬는 것들 죄다 스러지고
노랑도 초록도 모두 문드러질게다.
이윽고
눈보라마저 사그라들 때
노랑은 노랑대로
초록은 초록대로,
이생 아니면 다음 생
하늘 모서리 한 귀퉁이에서
다시 울며 웃으며 가뭇거릴게다.
무겁게 번지는
도화지 위의 겨울밤,
수많은 노랑 중에
초록이 있어 환한
별스런 수채화구나.
손등 위로
아릿하게 묻어나는
사랑방 창호지
측백잎 풀 바른 격자무늬 나날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