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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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강은 검었다 >
김 영 천(金永千)
검은 용이,
승천하며 틀어 올린 강에
계절은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순록이 끄는 썰매가
자작나무 숲을 한참이나 내달렸다.
썰매를 쫓던 독수리는
푸르댕댕한 하늘을 마구 쪼아대고,
곰에게 잡아먹힌 연어들의 핏방울이
숲 속 군데군데 흩날렸다.
총신 부러진 장총과
동강나버린 칼이
썰매 뒷칸에서 덜그럭댔다.
막다른 길,
좁은 길마저 끊기자
흰옷 입은 이들이
썰매에서 내렸다.
미끄러지며 건넌
강의 저편 언저리,
산맥의 꼭대기에서부터
치달려 온 눈보라가
회오리 속으로 똬리를 틀었다.
식민지 조선 땅은
멀리 북쪽 하늘에 효수되어 걸렸다.
허공에 매달린 조선 땅,
두 눈 부릅뜬 머리와
난자당한 몸통을
쫓겨온 백성들이 부등켜 안았다.
강기슭에 모여
하루 종일 머리를 풀었다.
그들이 건너온 강,
얼어붙은 강은 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