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 강은 검었다

김영천
2023-04-21



< 그 강은 검었다 > 




김 영 천(金永千)


검은 용이,

승천하며 틀어 올린 강에

계절은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순록이 끄는 썰매가

자작나무 숲을 한참이나 내달렸다.


썰매를 쫓던 독수리는 

푸르댕댕한 하늘을 마구 쪼아대고, 

곰에게 잡아먹힌 연어들의 핏방울이

숲 속 군데군데  흩날렸다.

 

총신 부러진 장총과

동강나버린 칼이

썰매 뒷칸에서 덜그럭댔다.

 

막다른 길,

좁은 길마저 끊기자

흰옷 입은 이들이

썰매에서 내렸다.

 

미끄러지며 건넌

강의 저편 언저리,

산맥의 꼭대기에서부터

치달려 온 눈보라가

회오리 속으로 똬리를 틀었다.

 

식민지 조선 땅은

멀리 북쪽 하늘에 효수되어 걸렸다.

허공에 매달린 조선 땅,

두 눈 부릅뜬 머리와

난자당한 몸통을

쫓겨온 백성들이 부등켜 안았다.


강기슭에 모여

하루 종일 머리를 풀었다.

  

그들이 건너온 강,

얼어붙은 강은 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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