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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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뜨지 않은 마을 >
김 영 천(金永千)
눈 덮인 아카시아 사이로
낮 달이 뜨고,
밑동 마저 뽑힌 썩은 밤나무.
골목길에 묶인 판잣집들이
산비탈에 비스듬히 누웠다.
시장과 버스 종점은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 매달렸고,
몇 개의 산등성이 너머로
국민학교가 숨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밖에 없는 샘터 모퉁이를 돌아
양동이 들고 밤새 줄 서거나,
찔끔찔끔 나오는 공동 수도에서
오 원에 한 초롱으로
하루를 버텼다.
어딘가에서부터 밀려와
산비탈까지 오른
밤골 사람들,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의 이삿짐을 나르거나
남의 집을 지었다.
남의 옷을 깁고
남의 설거지를 해주며,
정부미 쌀 몇 줌과
고등어 자반을 들고 돌아왔다.
끝내 제 이삿짐 챙기지 못한 사람들.
해장술에 취한 낮 달이
갈지자로 흔들리면,
마을은 언제나
그렁그렁 밭은 기침 소리로 뒤척였다.
벌건 대낮부터
슬레이트 지붕과
대충 지은 블록벽도 비틀거렸다.
한 달에 백 오십 원,
육성회비 달라고
등굣길
책 가방 든 아이들이
낮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징징거렸다.
밤골의 아침은
해가 뜨지 않았다.